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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신 여당의원들의 ‘딜레마’
지역출신 여당의원들의 ‘딜레마’
  • 승인 2008.11.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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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의 수도권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다.

당초 지역출신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의 수도권규제 완화 방침에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의원 개개인으로서는 지역발전을 기대하는 유권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이다.

실제로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경남도는 전국의 비수도권 13개 시·도 가운데 압도적인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시도지사와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자문단 연구결과, 경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성장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경남은 전국 세번째인 3조8,537억원의 부가가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등 압도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0년만의 경제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경남도민들에게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대부분이 집권여당 소속인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에게 따가운 눈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도내 의원들은 직간접적으로 수도권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에도 적극적이었다.

권경석 의원이 그랬다. 권 의원은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경남지역 대표의원으로 참여하면서 지난 6일의 ‘수도권 규제철폐반대 국회의원 비상모임’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국회 연구단체인 지역균형발전연구모임의 공동대표도 맡아오고 있다. 윤 영 의원도 이 단체의 연구책임의원이다.

한마디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인물들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집권당 대표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급반전됐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도내 의원들의 입장표명이 없어졌다. 족적도 없애려 애썼다.

권경석 의원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국회의원 비상모임 결성식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윤 영 의원은 참석은 했으나 곧 발길을 돌렸다.

‘반쪽 모임’이 된 국회의원 비상모임은 결국 한나라당 몫의 공동대표 선출을 유보한 채 출범했다. 여당 의원들의 집단 이탈이 시작부터 모임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다는 비난도 나왔다.

나머지 한나라당 의원들도 처음부터 수도권규제완화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에는 인색했다. 각종의 공사석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이라는 원칙론 외에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정부측 입장이나 폐해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급기야 한나라당은 10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전국 시·도지사와의 정책협의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말이 의견수렴이지 정부정책에 대한 설명과 비수도권 단체장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결국 이날 협의회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단체장들의 극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당 지도부는 협의회 결과를 지방발전종합대책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새로운 의견이 제시된 것도 아니어서 사실 반영할 것도 없는 모양새다.

다만 김태호 도지사를 비롯한 비수도권 단체장들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예상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는 것은 한나라당으로서도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여당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야당, 특히 국회의원 비상모임은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지역균형발전 촉구를 위한 대규모 국민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서울역 개최가 검토되었으나 ‘정치1번지’에서 대회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수도권규제완화 반대 움직임에서의 ‘발 빼기’는 책임 있는 정치인의 행동으로 봐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내 여당의원들의 ‘이해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경남도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심이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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