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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허용오차 알면 음주운전 이긴다
[기고] 허용오차 알면 음주운전 이긴다
  • 승인 2008.11.0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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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휴를 전후해서 음주운전 단속이 거리 이곳저곳에서 행해진다.

만약 음주운전에서 적발돼 두 차례나 음주측정을 받았는데, 이 수치가 크게 다르다면(면허취소 기준을 넘었더라도) 이 수치를 믿을 수 있을까? 법원의 판결 결과는 ‘수치의 편차가 다르다면 이를 믿을 수 없다’ 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서울행정법원의 사건담당 판사는 두 차례 음주운전 측정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각각 0.121%, 0.146%로 나와 면허가 취소된 원고가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원고는 음주측정에서 0.121%의 수치가 나오자 단속 경찰에게 이의를 제기해 다시 측정했고 0.146%가 나와 면허가 취소되자 소송을 냈다.

판결의 내용은 두 차례의 음주측정 결과가 모두 운전면허 취소 기준을 넘어섰더라도 음주측정 수치의 편차가 심하다면 이를 근거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수치가 두 차례 모두 면허취소 기준인 0.1%를 넘었지만 2분 간격으로 이뤄진 측정치 사이에 호흡측정기 오차범위인 0.115%를 크게 초과하는 차이가 있었던 점에 비춰 당시 이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24%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정교하고 첨단 기술이 담긴 기기라도 측정에는 오차가 있으니 표본조사에서도 오차가 있게 마련이다. 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반드시 오차를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표본조사에서의 오차를 설명하기 위해 골프경기의 TV중계를 보면 가끔 경기자가 공이 있는 곳에서 어느 지점까지 발걸음으로 거리를 재는 장면이 비춰진다. 경기를 하는 골프장의 각 홀마다 여러 지점에서 홀까지의 거리를 미리 표시해 놓는다.

따라서 공으로부터 홀까지의 거리는 공에서 가까이 표시된 지점과 공 사이의 거리만 재면 된다.

물론 눈으로 재도 되지만 골퍼가 정확한 측정을 위해 발걸음으로 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발걸음의 길이(보폭)는 76센티미터로 12걸음 정도면 10야드(9미터)정도다.

그러나 발걸음에는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거리를 계산할 때 이 오차를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과 어느 지점과의 거리가 12발걸음(10야드)이라고 할 때 골프는 실제 거리가 9-11야드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거리 측정치 10야드에 허용오차가 ±1야드’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그 의미는 측정한 거리가 10야드이지만 자로 정확히 측정한다면 실제 거리가 9야드에서 11야드 사이에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표본조사에서의 허용오차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표본조사 결과 어느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35%이고 오차의 허용한계가 ±3%P(포인트)라고 하자.

이 말은 모집단 전체를 다 조사할 때 그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35-3%와 35+3%, 즉 32%와 38% 사이에 ‘거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거의’라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오차한계 사이에 있을 확률은 신뢰 수준으로 나타낸다. 본문의 예에서 지지도가 35%이고 신뢰수준 95%에서 오차의 한계가 ±3%P(포인트)라면 전체 모두를 조사했을 때의 지지도는 32%에서 38% 사이에 있을 확률이 95%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이 오차의 한계를 무시하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참고로 오차범위는 반드시 ±%P로 나타내야 하는데, 신문기사 등에서는 그냥 %(퍼센트)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표기다.

박종래 경남통계청 진주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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