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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움, 큰기쁨,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작은도움, 큰기쁨, 그리고 새로운 시작
  • 승인 2008.11.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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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하는 태양과 밤낮을 가리지 않는 더위에 여름이라는 계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지난 8월초 다들 여름휴가로 산으로 바다로 여행을 가는 시기에 김해소방서 상동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우리와 상동 의용여성소방대 대원들은 ‘외국인 쉼터 주거환경개선’ 이라는 이름아래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참여하는 우리가 맡은 임무는 기존에 지어진 집 2채의 문틀, 바닥, 벽의 불필요한 것들인 내부를 뜯고 각종 가재기구 나르기 등 소위 힘쓰는 임무였다. 그에 맞는 복장과 장비를 챙기고 센터앞에서 모인 우린 30여분을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상동면 매리에 있는 한우리 외국인 쉼터였다.

처음 우리를 기다린 것은 나무사이로 지렁이처럼 이어진 시멘트 도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이 있을 것이고, 봉사활동에 참여한 우리에게는 오늘의 일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를 나누어 우리는 각자 맡은바 임무를 시작했다. 우리는 부수는 조, 빼는 조, 나르는 조로 나누어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지 1시간이 흐르자 온몸에선 굵직한 땀방울이 온몸을 적시고, 팔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여름햇볕이 그날은 왜 그리도 밉던지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가을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진다.

일을 하던 도중에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는 동안 우리 주위로 집 밖으로 내놓은 물건 가운데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여러 생활물품들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왔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주방기구들, 외국인들끼리 만나 아기를 낳았다면 사용했을 것 같은 세발자전거, 그리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사용했을 것 같은 재래식 화장실. 눈에 보이는 것에 떫은 감을 먹은 뒤의 감정이 일어난다.

울컥해지는 마음을 추스르고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땅거미가 길게 허리를 눕히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못다한 일이 많아선지 손을 더욱 바삐 움직이고, 빠르게 움직인다고 움직이는데 일은 더욱더 더뎌지기만 한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일보다 마음에 쌓이는 일이 많아선가 보다.

해가 지기 전에 함께 왔던 오늘의 동료들이랑 기념사진 촬영한 뒤 내일 또 온다는 약속을 하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에 뒤를 쳐다보니 우리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하러 와서 집을 부수고, 빼고, 나르는 것만 한 것 같은데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일부를 주고 온 것 같다.

우리는 작은 도움을 주었으나 큰 기쁨을 받았고, 우리의 작은 도움이 그곳에 있는 외국인 분들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김실근 김해 상동119안전센터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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