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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수도권공화국’ 아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공화국’ 아니다
  • 승인 2008.11.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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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정말 이대로 무너져야 하는가. 그토록 강조해온 ‘선(先) 균형발전, 후(後) 규제완화’를 팽개친 수도권 규제완화는 과대비만인 자식에게는 영양공급을 영양실조에 걸린 자식에게는 밥그릇을 앗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발표한 ‘국토효율화 방안’과 관련, 경남도, 의회, 상공계 등은 ‘지역발전 포기 선언’ 그 자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 판에 경기도는 한술 더 떠 이번 규제완화가 미흡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우선 ‘100년 만에 찾아온 경제위기’라며, 지방발전의 논리를 팽개쳐서는 안 된다. 금융위기에 물탄 수도권 규제완화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산업단지에 있는 공장의 신·증설과 이전을 허용한 것 등 수도권 규제완화는 한마디로 경기회복이란 미명하에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다.

수도권은 팽창에 따른 폐해, 무수한 난개발로 신음한지 오래다. 이번 수도권 규제완화는 기형적인 국토개발로 황폐화를 초래한 과거의 개발 지상주의로 회귀, 결국 수도권 주민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은 규제완화가 아닌 국토개선 및 효용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수도권은 인구의 49%, 중앙행정기관의 84%, 공기업본사 85%, 100대기업본사 92%, 조세수입 71%, 제조업 집중률 57%, 은행예금 68%, 외국인 투자기업 73%, 벤처기업의 77%, 연구개발비 63% 등의 집중화로 연간 교통 혼잡비용 12조원, 대기오염 개선 10조원, 환경개선 비용 4조원의 과밀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의 수도권이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규제완화는 쏠림현상을 가속화, 지방은 공멸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도 등 비수도권 13개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공장입지 규제에 따른 비수도권 파급영향 분석’이라는 자문단 정책연구결과 정부가 수도권집중화를 막기 위해 규제한 25개 첨단 업종을 허용하면 2000년 기준으로 이들 업종의 지역별 종사자수와 생산액, 부가가치는 경기도가 각각 38.2%, 48.8%, 49.7%로 가장 높은 상황에서 수도권 입지 규제가 해제되면 2011년 수도권의 비중은 종사자수 54.4%, 생산액 50.6%, 부가가치 52.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비수도권의 성장률은 50%로 낮아져 종사자수 8만5,570명, 생산액 88조3,963억원, 부가가치 35조7,492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경남도는 종사자수 측면에서 1만2,917명,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3조8,537억원 등 전국 비수도권 13개 시·도 가운데 3번째로 큰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기업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쏟아온 지자체나 공단 측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 마당에 기업유치는 고사하고, 유치한 기업마저 수도권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겨우 싹을 틔운 남해안시대도 기대난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지방의 어려움을 정부는 고민이라도 했을까. 물론 불합리한 규제로 인한 국가경쟁력의 잠식 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982년부터 수도권 과밀억제책으로 규제되어 온 조치를 단박에 해제한 후 국가적 차원의 회기적조치가 없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은 증폭, 우리사회의 큰 부담이 될 뿐이다.

지방이 붕괴된 이후 국가적 책임은 누가진단 말인가. 수도권은 규제완화가 아닌 구조조정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국가경쟁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윈윈’에서 비롯된다. 여기에는 영·호남, 충청, 강원도가 따로 없다.

모두가 한 목소리다. 수도권 옹호론자 왈, 수도권이 더 발전, 차고 넘치는 물을 지방이 얻어먹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지방은 수도권 집중화로 빈사위기에 내몰린 지 오래다. 국가균형발전의 틀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앞서 지방을 살찌우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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