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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르지 못할 나무’의 교훈
[기고]‘오르지 못할 나무’의 교훈
  • 승인 2008.10.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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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본래의 취지는 자신의 분수와 형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욕심을 내다가 일을 그르치고 더 나쁜 결과를 부르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지 말라는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중국에서는 ‘두꺼비가 고니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는 속담이 전해온다. 중국 항주 서자호 부근 보석산의 두꺼비 바위와 관련된 전설에서 유래한 이야기이다.

-먼 예날 보석산 기슭에 천년을 수도하여 어느 정도 조화를 부리는 두꺼비가 살고 있었는데 마음이 고약한데다 못된 습성을 버리지 못해 도를 완성하지 못한 채 매일 백성들의 가축을 잡아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는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고니 떼를 발견하고 잡아먹고 싶은 마음에 계속 하늘을 바라보며 군침만 흘리다가 마침내 굶어죽고 말았다. -

이러한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참뜻을 이해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우리네 사고와 행동양식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마치 온실 속의 화초를 연상케 하는,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네 젊은이들의 심성을 생각할 때 이러한 유의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입에 다시는 오르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별다른 이유 없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나 상처, 심신의 병고 또는 심리적 좌절을 겪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쉽게 자포자기하고 연이어 더없이 소중하고 어쩌면 단순하게 ‘제 것’이라고만 생각하기도 어려운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파괴하여 비명에 삶을 마감하는 사례들이 속출하는 시대상을 감안할 때 단념과 절망을 부추기는 이러한 언어의 사용은 그리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판단이 든다.

눈앞을 가로막는 높은 바위벽을 올려다보면 누구나 처음에는 다 같은 생각, 같은 고민들을 하게 된다.

전문가에게 암벽등반을 배울 때 함께 시작했던 다른 초보자들도 높이 수십 길, 경사도 80~90도의 반질반질한 바위를 올라가보라고 하면 바위에 매달려 두어 걸음 떼다가 다리를 덜덜 떨면서 “아무것도 잡을 게 없는데 어떻게 올라가느냐”며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도사’들 하는 것을 보고 계속 따라하며 일정 기간(6주, 48시간가량) 훈련을 받은 뒤에는 웬만한 수직 바위벽도 무난히 오르게 된다.

불과 한두 달 전에 가졌던 부정적 인식, 지나친 공포심,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확신이 근거 없는 것이었음을 확인하면서 이로 미루어 어쩌면 인생길의 다른 제반 난제들도 거듭거듭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또 노력한다면 종내에는 해결의 묘책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며 단념과 포기를 재촉하는 이야기를 미리 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결과가 말해주듯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절대로 없다’고 하는 이야기나 나폴레옹의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한 말의 의미를 부각시키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도 모자랄 판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애당초 쳐다보지도 말라’는 이야기를 해서야 되겠는가?

우리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오르지 못할 나무란 없는 것이며 나무를 오르는데 필요한 장비와 기술의 확보, 치열한 훈련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한 뒤에 과감하게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는 노력부터 먼저 해볼 것을 제안한다.

김윤세 전주대학교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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