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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曲突徙薪이 생각나는 계절
[기고] 曲突徙薪이 생각나는 계절
  • 승인 2008.10.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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曲:굽을 곡. 突:굴뚝 돌. 徙:옮길 사. 薪:땔나무 신.

“굴뚝을 구부리고 굴뚝 가까이에 있는 땔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다. 화근을 미리 치움으로써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다”

화재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생각나는 고사성어이다.

이말은 한서(漢書)에 나오는 중국에서 전해진 이야기다.

길 가던 어떤 나그네가 한 집을 찾아 들어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나그네는 우연히 방밖을 내다보다가 그 집의 굴뚝이 너무 곧게 세워져 있어 이따금 불길이 새어 나오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게다가 굴뚝 옆에는 땔 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나그네는 주인에게 이렇게 충고해 주었다.

“큰일 나겠소이다. 얼른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도 멀리 옮겨 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불이 날지도 모르오”

그러나 주인은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그 집에 불이 났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인을 구해내고 큰 피해 없이 불을 끌 수 있었다. 주인은 잔치를 베풀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이웃 사람들의 노고에 대한 보답이었다. 손님들의 좌석도 불을 끌 때 힘쓴 정도에 따라 상석(上席)부터 차례로 배치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처음에 굴뚝을 고치고 땔나무를 치우라고 말해준 나그네의 공로를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잔치판이 한창 무르익어 갈 때쯤 어떤 사람이 시 한 수를 썼는데 두 구절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권고한 사람의 은혜는 모르고 불에 덴 사람만 귀빈 대접을 받는구나(曲突徙薪 無恩澤 焦頭爛額是上賓 곡돌사신 무은택 초두난액시 상빈)”

이 故事(고사)는 두 가지 교훈을 담고 있다. 하나는 일의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災害(재해)는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재에 대한 대비는 어떠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화재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예고없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이라 할 것이다.

여름옷을 넣기가 바쁘게 겨울옷을 준비해야 하는 계절의 바뀜이 이전 같지 않은 요즈음의 날씨변화에 불에 대한 평소의 습관이나 일상적인 행동들은 화재라는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오랫동안 사용치 않았던 보일러나 난로 등 화기들은 사용전 점검을 철저히해 기기 이상으로 인한 화재에 대비하고, 낙엽 등이 쌓이기 시작하는 산에서는 취사나 담뱃불 등의 작은 불씨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할 것이다.

개미가 뚫어 놓은 작은 구멍으로도 큰 둑이 무너지듯 화재나 재앙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예방하고 확인하는 것만이 화재나 재앙을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얼마 안 있으면 11월, 해마다 하는 연례행사지만 그래도 지나침이 없는 ‘전국 불조심 강조의 달’이 다가온다.

또 다시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의 길목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집부터 曲突徙薪(곡돌사신)을 시작하자.

전수진 경남도소방본부 지방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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