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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무기화 적극 대비해야
식량 무기화 적극 대비해야
  • 승인 2008.10.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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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에너지란 광고가피가 있다. 아무리 땅을 파도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 그러나 농업수출국의 전략화가 요구되고 가능하다는 얘기다. 산유부국도 곡물 값 급등의 식량자원화에는 쩔쩔매기는 매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가 국내 최초로 러시아 연해주 농장개발에 적극 나섰다는 것은 그 기대가 크다. 당초 계획단계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전 인수위에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토록 건의, 제자리에 맴돌다 도가 직접나선 것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의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곡물가격 상승은 각종 식품류와 외식 등의 가격을 끌어올려 가뜩이나 어려운 삶에 더 큰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 수입물가지수의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은 지난 5월 44.8%로 1980년 12월 48.3%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 밀의 수입가격 상승률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올해 1월 140.3%, 2월 171.9%, 3월 140.8%, 4월 126.0%, 5월 127.5% 등이었다.

옥수수 수입가격도 2005년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 5월 263.6%에 달했고 대두의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도 올 들어 1월부터 5월까지 월 평균 80.18%를 기록,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5위권 곡물 수입국탈출구는 해외농장 개척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 자급률은 27%에 불과한 상태. 그나마 자급률이 각각 99%, 53%에 이르는 쌀과 보리를 제외한 밀, 옥수수, 콩류의 자급률은 각각 0.2%, 0.8%, 11.3% 수준으로 식용·사료용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는 곡물가의 폭등을 국가안보적 문제로 평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석유의 무기화에 이어 식량이 무기화된다면 식량빈국은 치명적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 카타르, 오만 등 걸프지역 산유 부국도 식량자원은 수입에 의존,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과점적 위치를 차지하며 목소리를 높여 온 이들 산유국이 또 다른 중요한 자원 시장인 식량 시장에선 반대로 수입국이 돼 농산물 수출국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경남도는 내년 3월께 경남개발공사를 설립주체로 해외농업개발을 위한 법인체를 구성, 연해주에 1,000∼3,000㏊ 규모로 시범농장을 조성, 콩과 옥수수, 조사료 등을 먼저 시범재배 후 2010년부터는 벼 등 각종 작물 확대와 규모도 늘여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농장은 연해주 정부가 추천하는 곳을 중심으로 임차 또는 매입도 검토 중이며 도는 경남농장의 조기 정착을 위해 영사관과 협의해 현지 농업 전문가를 채용하고 행정 지원인력도 파견키로 했다.

시작이 반이다. 지금부터 계획의 추진을 위한 면밀한 연구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 또 우리 정부는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미래 전략기지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들 지역은 토지자원에 비해 인구나 자본 및 농업기술이 미흡, 농업의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지역이다.

한인 이주민의 역사가 깃든 연해주는 싼 농지 임차료와 지리적 이점에다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우리 농업의 해외진출 적지다. 또 한국농업의 무한한 잠재력은 이곳을 가능성이 있는 기회의 땅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우리농업의 해외진출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막대한 초기투자, 장기간에 걸친 수익문제 등 국가 간의 신뢰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호 장치도 요구된다.

그러나 일제하 가난의 질곡을 벗어나기 위해 만주, 연해주로 떠난 과거의 역사에서 이제는 투자자가 되어 농업 미개척지로 진출할 때다. 연해주는 물론, 세계를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생각이 에너지이듯 생각을 바꾸면 우리도 농업수출국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한국농업의 해외진출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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