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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법’ 실질적 토의를
‘최진실법’ 실질적 토의를
  • 승인 2008.10.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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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최진실법’제정을 둘러싼 여야간의 논란이 뜨겁다.

여당은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올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천명했다.

배우 최진실씨 자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상의 근거없는 모욕과 ‘악성 댓글(악플)’을 처벌하는 법률을 반드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한나라당의 이런 움직임이 인터넷 여론을 통제, 장악하려는 시대 역행적 기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에도 악플 등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는데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것은 네티즌들에게 비판여론 형성에 개입하지 말라는 협박성 처벌규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논란의 발단은 최진실씨의 죽음에서 비롯됐다. 최씨는 탤런트 안재환씨의 자살과 자신이 관련됐다는 인터넷상의 ‘사채 루머’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가 꼭 ‘사채 루머’ 때문에 자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자살을 부추긴 한 요인이었음에는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상의 악성 소문과 댓글은 심할 경우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준셈이다.

최씨와 비슷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무책임한 비방과 소문을 퍼뜨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사생활이 공개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경우 이런 피해를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한탄이 커져만 가고 있다.

최진실씨 자살 사건을 겪으면서 정말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고조되는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상의 악성 소문이나 댓글 처벌이 인터넷 공간의 건전한 여론 조성 기능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일부 부정적인 기능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여론 형성 공간으로 자리잡았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인터넷을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비판과 주장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깨끗하고 활력있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상의 무책임한 비방과 소문을 단속한다고 이런 순기능까지 막는다면 IT강국,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국가적 동력이 훼손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구더기 무섭다고 아예 장을 못담그도록 할게 아니라 구더기만 제거하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해법은 자명하다.

자칫 사람까지 잡을 수 있는 인터넷상의 소문과 악플들을 강력히 처벌하는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건전한 소통과 여론조성 기능이 약화돼서는 안된다.

여야는 어떻게 하면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일이다.

새 법을 만들어야 하는지, 기존 법률을 강화할 일인지, 법률은 그대로 두고 단속을 철저히 할 것인지는 진지하게 토의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문제를 풀기 위한 상호 논의도 없이 한 쪽은 대뜸 반드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절대로 안된다고 반대하고 나서는 건 정략적으로 보인다.

여야는 무턱대고 일방적인 입장만 주장할 게 아니라 인터넷의 역기능을 차단하고 순기능을 보강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함께 모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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