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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공화국’ 이대로는 안된다
‘자살공화국’ 이대로는 안된다
  • 승인 2008.10.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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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최진실 자살, 최근 연이어 터진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또 전국 곳곳에서 연령, 직업을 불문하고 이어지는 자살소식을 너무나 흔하게 접하고 있다. 지난 7월 개통된 마창대교에서도 벌써 2명이 자살, ‘자살다리’로 통칭될 것 같다. 자살률 OECD 1위, 7가구 중 1가구 가장 무직, 노인 4가구 중 1가구 빈곤, 이혼율 세계 3위….

이 모두가 선진복지국가 진입을 코앞에 둔 한국사회의 어두운 현주소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누구라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비단 사회뿐 만이 아니다. 경제, 교육 등 그 어느 분야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어 보인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대로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다.

최근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한 것은 우리사회의 어딘가에 심각한 질병이 걸려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IMF 관리체제 이전인 1997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4.1명으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이었다.

그런데 무슨 연유일까.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덮어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통계청의 분석 결과는 그 중병의 원인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에 자살자가 2차례에 걸쳐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8년에는 전년도 6,022명보다 42.3%(2,547명)나 급증했다. 2002년에는 전년대비 24.5%(1,698명)가 늘어난 데 이어 2003년에는 증가율이 더 높아져 2002년보다 26.7%(2,301명)나 늘어났다.
2004년과 2005년에도 전체 자살자는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해 하루 평균 33명까지 급증했다. 1998년은 IMF 관리체제였고 2002년과 2003년은 경기침체와 양극화의 사회적 변동기였다.

이 두 차례의 큰 사회구조 변동이 급격한 자살률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1996년에는 30대, 농어업 종사자가 자살에 큰비중 차지한 반면 IMF와 양극화 및 경기침체 과정에서 60대 이상 노인, 40대, 자영업자들로 바뀐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특히 IMF관리체제하에서는 자살자 중 이혼자가 전년도에 비해 68%나 급증했다. 이 같은 변화에서 우리나라의 자살 급증원인은 크게 양극화, 생활고, 이혼 등으로 압축된다. 때문에 자살은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그 원인은 사회구조 및 사회분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입증된다.

7가구 중 1가구의 가장이 직업이 없다는 것도 사회안전망의 위협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 중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율이 14.5%로 가계수지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들 무직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2.7명이고 가구주 연령은 59.4세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진 등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다 고령에 달해 재취업마저 어렵기 때문에 아예 구직을 단념했다는 반증이다.

이에다 태반이 공공부조 수급대상에서 제외돼 사회적 안전망마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자살이라는 극단의 길을 택한 자, 직업 없는 가장들,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노인 등 모두가 사회적 약자들이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반을 잃은 상태에서 쉽사리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의 길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무관심하거나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또 다른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제대로 구조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특히 연예인의 자살은 그 파괴력이 크다. 예방책에 앞서 이슈로 취급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꼴이다. 우리 모두가 나서 벼랑을 만난 말에게 채찍질을 해대는 사회적분위기도 바뀌도록 해야 한다. 모방 자살이 불러일으키는 ‘자살 도미노’가 즉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된다.

박재근 창원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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