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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봉] 대성동고분군과 축제
[구지봉] 대성동고분군과 축제
  • 승인 2008.10.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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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는 축제의 도시다. 봄에는 가야문화의 부활을 소리치는 종합문화축제인 가야문화축제가 벌써 32회를 거듭하고 있고 가을에는 김해예술제와 평생학습축제, 중소기업박람회 등이 대성동고분군 일원에서 개최되었고 또 곧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대성동고분군은 금관가야 최고 지배계층의 집단묘역으로 구릉위에는 대형의 목곽묘(덧널무덤)가, 평지부분에는 가야 이전시기의 목관묘(널무덤)와 가야시대 평민계층의 무덤이 밀집한 유적이다.

발굴된 무덤에서는 가야인의 출신지를 말해주는 청동솥과 호랑이모양 띠고리 등의 북방계유물과 가야 멸망 후 후손들이 세운 고대 일본의 왜(倭)계 문물 등이 숱하게 발굴되어 국내외로 알려진 유적이 바로 대성동고분군이다.

1990년 실체가 불분명한 금관가야를 1500여년 만에 화려하게 밝혀준 대성동고분군. 우리가 볼 때는 잔디밭과 억새풀로 뒤덮여 있지만 아직도 그 속에는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무덤과 인골, 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실제 유적 전체에서 발굴된 면적은 1/10에 지나지 않는다.

2003년 가야문화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깨끗이 정비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곳에 많은 행사와 축제가 일년 내내 이어지는 것은 이 자랑스런 문화재를 널리 알리고 싶은 시민들의 바람 탓일까? 원래 축제는 제사의식의 일종이다.

몇 년 전에는 장례식을 축제에 비유한 영화도 나왔었다. 제사를 마치면 후손이 되는 일족들이 음식과 술을 나누는 것이 상례이다. 그래서일까? 가야의 후손들은 조상의 무덤위에서 너무도 열심히(?) 먹고 마시고 논다. 심어놓은 뗏장이 벗겨져라.

조상의 무덤이라고 마냥 경건한 모습을 바랄 것도 아니다. 생활에 찌든 소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후손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곳이 유흥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굳이 케케묵은 동방예의지국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자(死者)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는가?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 공장과 식당, 건물을 뜯어내고 논밭을 덮어 잔디를 심고 박물관을 지었다. 그리고 그 속을 보여주기 위해 노출전시관도 만들었다.

먹고 살집을 짓기에 목매달아 제대로 된 어울림터(광장, 廣場)가 없는 지금의 실정을 모를 바는 아니나 조금은 고분군의 성격에 걸 맞는 차분한 행사로 제한했으면 싶다.

무덤을 파는 것이 직업인 필자가 하기에는 맞지 않는 얘기지만 조상들도 때로는 무덤 안에서 편안히 쉬고 싶을 것이다.

송원영 김해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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