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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만 주민 갈등 봉합할 때
수정만 주민 갈등 봉합할 때
  • 승인 2008.10.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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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1시30분 창원지방법원 213호 법정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수정만 반대대책위 주민측에서 제기한 ‘매립목적 변경 무효 소송’의 결정(선고)이 잠시 후면 내려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법정에는 찬성측 주민과 반대측 주민들이 나란히 입장,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리느라 숨조차 죽이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윽고 1시 35분 가량 재판부가 입장, 짤막히 결정문을 읽었다. 트라피스트 수녀원측 청구부문 각하, 나머지 주민 청구부문 기각, 일순간 법정은 찬성측 주민들의 환호로 뒤덮였다.

법정의 정리가 이들에게 ‘소란에 대한 경고’등을 하면서 제지에 나섰지만 이미 터져나온 환호는 막지 못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 법정 밖으로 이어졌다. 찬성측 주민들은 “판결에 너무 감사하다”며 만세 삼창까지 불렀다. 반면 반대측 주민 5~6명은 “금권과 관건이 결탁해 내려진 최악의 판결”이라며 “끝까지 법정 대응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후 4시께 마산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황철곤 시장은 이 자리서 함께 유치에 나서준 마산시민과 훌륭한 결정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제하면서 내년 말까지는 STX 중공업이 완전 가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 같은 광경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한가지 걱정에 휩싸였다. 다름 아닌, 이날의 판결로 수정만 주민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우다. 이날 승자와 패자 양 측이 분명해진 후 법정 바깥에서 승자측으로 결론지어진 찬성측 주민들은 반대측 주민과 손 한번 잡지 않았다. 더 이상의 갈등은 서둘러 봉합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반대측 주민들도 반대를 위한 명분이 사라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정만 반대측 주민들은 그간 찬성측 주민들에 대해 공금횡령등의 혐의로 형사고소 사건 1건을, 행정측과 찬성측 주민 및 STX측을 묶어 ‘수정만 협약 무효 소송’을, 경남도를 상대로 ‘수정만 매립목적 변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중 ‘수정만 협약 무효소’와 ‘매립목적 변경 무효소’에서 모두 패소했다.

반대측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전혀 공감이 가지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두 건 모두 패소한 만큼 반대측 주민측이 앞으로 할 일은 그리 많지않다.

실제로 법원은 STX 유치로 발생할 수 있을 이득과 손실 중 이득 쪽이 더 많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번 (매립 목적 변경) 무효소에 대해 “공유수면 매립승인 당시(1990년 7월)와 이 사건 처분 당시(2008년 4월)의 마산지역 인구변화, 주택보급률 변화, 매립지의 입지조건, 매립지의 목적변경이 이루어지게 된 경과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경남도가 매립목적을 변경 승인한 처분은 재량 일탈·남용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변경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반대측 주민들은 이제 견제적 협력자의 자리를 굳히는 것은 어떨까? STX와 마산시가 주민들과 맺은 약속을 어떻게 잘 지켜내는지, 공해 차단 등의 조치는 잘 해 내는지에 대해 더욱 눈을 크게 뜨고 감시감독에 나서는 일은 어떨까?

마산시와 찬성측 주민단체인 ‘뉴타운 추진위’측은 그간 세대당 1,2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해 왔는데 이를 아직 수령해 가지 않은 주민들에게 곧 지급할 예정이라 밝혔다.

수정만 갈등을 현장에서 쭉 지켜본 기자로서는 무척 좋은 결정으로 보였다.

한가지 더, 수정만에 들어설 STX 중공업측에 바란다. 한국에서는, 아니 세계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환경을 갖춘 조선블록공장으로 만들어 줄 것을….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오는 현장을 만든다면 STX의 영예 뿐만 아니라 마산시와 마산시민의 영예가 될 것이 분명하다.

김동출 사회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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