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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상의 삶의 질은‘無欲自足’의 삶
[기고] 최상의 삶의 질은‘無欲自足’의 삶
  • 승인 2008.09.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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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없이 사는 사람 오막살이집

아무도 찾는 이 없네

깊은 숲속이라 새들만 모여들고

너른 시내엔 물고기들 노니네

아이 데리고 산 과일 따고

아내와 함께 언덕밭 맨다

집안에 무에 있겠는가

다만, 몇 권의 책이 있을 뿐…

중국 당나라때 전설처럼 살다가 기이한 일화와 주옥같은 시 300여 수를 남기고는 홀연 사라져버린 한산의 시다. 평이한 문체와 꾸밈없는 표현도 더없이 좋지만 그 잔잔한 시어 속에 은연중 드러나는 무욕의 삶의 자세는 읽는 이로 해금 뭔가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권력이나 명예의 달콤한 유혹에 개의치 않고 넘쳐나는 지혜의 빛을 갈무리해 풍진의 세상을 한평생 야인으로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꾸미거나 다듬지 않은 질박한 모습으로 자연과 하나되어 세사를 잊고 한가롭게 욕심없이 자족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21세기 급류 초입의 한 모퉁이에 서서 나아갈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 동분서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으리라.

무엇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가. 마음도, 몸도 피로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골병들고 병마의 고통에 신음하게 되는 근본 원인은 진정 무엇일까? 질병의 원인에 대한 시각과 견해는 동서 의학자간에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지만 대체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과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른 제반 요인, 즉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음식섭취, 운송수단 발달에 의한 운동 부족, 대기·수질오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지나친 음주·흡연, 수면 부족, 피로 누적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해 설명하자면 모든 질병의 근처에는 유위와 유욕, 유사의 근원적 병폐가 자리하고 있다 하겠다. 좀 더 생산성·효율성을 높이고 편리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인위·인공의 산물이라 할 각종 문명의 이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게 됐다. 많은 이익과 편의, 혜택을 누리게 된 반면 신체 각 부위의 퇴화와 균형 상실, 부조화를 초래하고 환경공해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예기치 못했던 병마의 잇단 출현을 야기해 적지 않은 희생과 피해를 낳기도 했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결과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다수 세력가들은 끝없는 욕심의 산물인 부에 더 큰 부를 보태기 위해 지구환경 오염과 파괴의 원인제공을 그치지 않고 있다. 자연을 잃어버린 사람들,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머지않아 부서지거나 부수어야 할 거대한 건축물과 구축물을 끊임없이 건설하는 사람들…. 금세기에 자행한 자연 파괴행위의 과보는 지금 세대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고 한두가지 대가로 그칠 것도 아니란 생각은 필자만의 걱정은 아니리라.

자연은 인류를 비롯한 세상 만물의 어머니가 아닌가. 어머니를 범하는 자식이 제정신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위자연을 지고의 가치로 내세웠던 노자는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도가 천하의 시작이요, 어머니라고 설파한 바 있다.

“천하는 시작이 있는데 그것을 천하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 어머니를 앎으로써 그 자식을 알 수 있는데 이미 그 자식을 안 뒤에는 다시 그 어머니를 지켜야 죽을 때까지 위태로움이 없다”

바깥에서는 자연을 파괴하는 무도한 행위가 자행되고 내부에서는 도를 망각한 무도한 삶의 자세와 무절제한 생활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자연수명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겠는가. 자연환경 파괴의 대열에 나 자신이 무심코 동참하거나 가세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천하 만물의 어머니 격인 도를 지켜 천수를 다 누리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제 명을 재촉해 비명횡사의 지름길로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깨달아야겠다.

인위·인공의 산물인 각종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되 도가 지나쳐 건강을 해치지 말아야 할 것이고 가슴속에 무위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한 시라도 잊지 말일이다. 스스로 번잡스런 일과 인연을 만들어 누에가 제 몸에서 실을 뽑아 고치 속에 자신을 가두듯 스스로 자신을 속박하고 그 속박의 스트레스와 번민으로 병마를 자초하지 말고 무사자한의 삶을 추구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저승길 갈 때 갖고 가지도 못할 수많은 티끌과 같은, 재산과 명예·권력을 갖기 위한 세속적 욕망 추구를 자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참된 부, 제 자리를 지킬 줄 아는 변함없는 자세, 죽어도 사라지지 않을 훌륭한 업적과 이미지를 남겨 영원히 사는 참된 수명을 획득하기 바란다. 그것은 노자의 가르침대로 무욕자족의 삶을 추구함으로써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한산의 시가 그려내는 그 그림처럼 살아가려는 자세와 실천 노력이 있다면 굳이 건강법이나 양생방을 따로 구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김윤세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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