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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국인 근로자, 그들은 누구인가?
[기고] 외국인 근로자, 그들은 누구인가?
  • 승인 2008.09.24 1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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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동남아 출신으로 보이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들은 길거리나 시장에서 서투른 한국어와 몸짓으로 물건을 사고 있기도 하고, 또한 휴일 날 무료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여럿이 뭉쳐 길거리 여기저기를 배회하거나, 때로는 관광지에서 멀뚱히 어색한 표정으로 우리의 곁두리를 맴돌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왜 자기네끼리 뭉쳐 다니고, 왜 하릴없이 여기저기 맴돌고 있기만 하는 걸까? 우리 사회가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해 한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는 걸까?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은 과연 없는 걸까?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국민소득 향상에서 3D 업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용어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노동 기피 현상은 외국인 근로자를 맞이하기에 이른다. 1980년대부터 인력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체에서 인력 대체 수단으로 도입된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고, 작년 기준으로 약 40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는 불법체류, 송출비리,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침해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로 일원화해 외국 인력의 도입과 관리를 규율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 형제와 고향을 뒤로 하고 코리안 드림을 쫓아 한국으로 건너 온 이들 외국인근로자들의 모습에서 후진국이었던 시절의 우리네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과연 나 혼자만의 지나친 감상에 속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어느 시기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그 사회의 동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향으로 돌아 간 그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한국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항상 우리가 세계를 향해 목청높여 자랑해 왔던 오랜 역사와 뛰어난 문화를 가진 나라의 참 모습을 과연 보기라도 했을까? 인정 많은 한국인을 과연 만나기는 했을까? 한국이 멋진 나라였다고, 그러니 너희들도 꼭 가 보아라고 말해줄 것을 기대했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 체류 중 겪은 여러가지 부정적 이미지, 즉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이거나,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멸시하거나,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이미지 등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 그러고 보니 외국인에 대해 비교적 열린 사고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그들이 앞에서 걸어오면 왠지 모를 경계심이 발동해 다소의 긴장감이 생겼던 것 또한 사실이 아니던가?

우리 사회는 물질적 기대치를 추구하며 찾아 온 코리안 드리머들에게 이제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삶의 질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나라 경제에 일조를 하고 있는 그들인 만큼 예우 차원에서라도 따뜻한 마음을 열어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왕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에게 제대로 된 한국ㆍ한국문화를 알린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1회로 끝나는 단발성의 생색내기용이 아닌 중ㆍ장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해도를 점진적으로 높여 나간다면, 그들은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 대한 민간외교사절의 역할을 해낼 것이므로, 글로벌시대의 지혜로운 전략의 하나로 채택해도 크게 밑지지는 않을 것이다.

최태옥 한국국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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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2008-09-25 17:32:42
정말 생각해보니까그렇네요..ㅎㅎ
이 문제가 국가적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든지 대책을 세워야 할것인데..
글이 정말 논리적이네요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