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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와 ‘검은 머리 외국인’
맥쿼리와 ‘검은 머리 외국인’
  • 승인 2008.09.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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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호주에 모기업을 둔 다국적 기업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절대지분을 소유한 마창대교의 공사비가 부풀려졌고 과다 책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마창대교를 소유한 맥쿼리는 전국 20여개 가까운 국가기반산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국적인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맥쿼리 주변에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상태에서 ‘우량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을 맥쿼리에 매각할 것이라는 설이 가시화되면서 청와대와 국토해양부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맥쿼리가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진 대표적 국가기반산업은 마창대교다. 51%의 지분으로 100%의 운영권을 거머쥔 맥쿼리는 지분 100% 인수를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경남을 관통하는 ‘신 대구~부산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맥쿼리는 민간자본으로 개통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전환사채를 매입한 뒤, 올 3월 매각해 4년 6개월만에 549억원의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가관인 것은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맥쿼리 투자전문기업인 ‘맥쿼리IMM’이 거제 대우조선해양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대우조선노조(위원장 이세종)는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골드만삭스 계열사 대표에 이명박 대통령 조카가 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문제의 이 회사 대표는 대통령의 조카 이지형씨가 맥쿼리 자산운용 대표로 있던 중 골드만삭스가 맥쿼리 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맥쿼리와 대통령이 국가기반산업과 관련해서는 언론에 크게 노출되지 못했다. 정부가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방침이 발표된 뒤 맥쿼리가 지분인수자 ‘0순위’로 꼽히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연매출 9,714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 당기순이익 2,701억원에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한 우리나라 대표적 공기업이다. 그런데도 올 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해당 공기업 14개 중 12위를 했다. 경영실적과 비교할 때 인천공항이 지나치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인천공항 민영화가 맥쿼리사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도 있어왔다. 호주의 맥쿼리그룹 데이비드 클라크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 등과 함께 단상 위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나간 얘기지만, 외환은행 매각으로 촉발된 ‘론스타 사건’때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한 한국인이 있다는 얘기지만, 실제로는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는 사모펀드의 특성과 폐해를 꼬집는 표현이다.

결과적으로는 국가예산이 맥쿼리사의 법인통장으로 들어가고, 고속도로 통행료 등 국민의 쌈짓돈까지 예외 없이 맥쿼리사로 들어가고 있거나 들어가게 된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최근 마창대교 통행료 문제를 재협상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청와대와 주변 인사들이 나설 차례다. 맥쿼리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갖고 있다면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국민들에게 공식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기자본 감시센터 관계자의 말처럼, 국가권력이 자칫 ‘검은머리 외국인’을 자처하는 국제적 망신살이 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청와대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

박유제 서울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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