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21 (토)
[발언대] 가슴에 정을 묻고 사는 사람들
[발언대] 가슴에 정을 묻고 사는 사람들
  • 승인 2008.09.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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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변모해 가는 산업사회의 시대변화 상황에서 맏벌이 부부가 급증하고 경제적 여유로움 뒤에는 마음의 안식처가 돼야 할 가정이 해체되는 모순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회가 산업화, 개별화되면서 협동과 이웃단위의 예전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자신이 이익을 위해 가족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부모와 자식을 불행하게 하는 사람들도 극소수지만 생겨나고 있다.

평소 살아 온 환경 탓일까?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보면 남몰래 가슴 아파하고 슬픔을 감추지 못해 눈물을 훔치던 일로 아이들로부터 ‘아버지 또 운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나는 태생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의 길을 직업으로 택했다는 현실이 여간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남을 위해 일한다는 직업 외적 봉사에 대해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평소의 소신으로 인해 기관·사회단체에서 행한 봉사활동에 대해 사진이나 찍고 생색내기라며 다소 부정적인 세간의 여론에 동조한게 사실이나 금번 직장에서 행한 노인요양원 봉사활동에 자원해 다녀온 뒤 가족공동체가 해체되고 있음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족이 있으되 위탁된 노인은 물론이고 정신지체 장애, 무의탁 노인 등을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그 어느 직업보다도 숭고하다는 사실을 긍정하게 되었고, 사람이 그리워 방문자의 뒤를 따르며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하고, 잡고 당기며 어리광을 부리고, 왜 왔느냐, 밥 얻어 먹으로 왔나 라며 얼핏 듣기에 생색내러 온 것인 양 빗대는 투의 질타성 투정, 노래를 불러 달라는 등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숱한 사연 속에 한나절 반을 함께한 봉사활동이 그 어느 시간보다 귀한 시간이었음을 체험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기증해 주는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끼겠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느꼈다.

대가없이 봉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닐 것이나 고물가, 금리인상 등 악화일로의 경제불황 여파로 불우이웃을 돕고자 하는 사회분위기 마저 퇴색해 예전과는 달리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의 손길마저 뜸하다며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자주 방문해 아이 아닌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어 달라는 원장 선생님의 인사말씀이 무거운 짐이 되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봉사의 끈을 놓지 말고 실천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로 들려 앞으로 이런 보람된 일을 통해 화답 할 것을 다짐한다.

봉사활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설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면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피곤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걸음은 더 없이 가볍고 가슴 한 구석에서는 뿌듯함이 밀려오는 것을 아직 기억한다.

누군가를 위해 배려하는 봉사를 통해 부모를 잘 섬기겠다는 효심이 발로하고 살아생전 효를 다하는 마음가짐이 국가정체성을 살리는 애국의 길이 아닌가 싶다.

이승철 밀양경찰서 수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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