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8:41 (목)
[기고] 장기기증주간을 맞이하여
[기고] 장기기증주간을 맞이하여
  • 승인 2008.09.10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작년 8월 뇌사판정을 받고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환우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故 윤 모씨의 어머니 박 모씨를 본부로 초청했다. 남편을 여의고 뒤이어 아들까지 떠나보낸 박씨는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얼마 전부터는 집근처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박씨를 다시금 일으킨 것은 바로, 장기기증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떠난 아들이었다.

아들 윤씨는 지난해 4월 한쪽 눈이 자꾸 감기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발병 사실을 알게 된 후, 종양 제거수술을 했으나 갑자기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윤 씨의 가족들은 2005년 등산 도중 갑자기 세상을 뜬 아버지가 생전에 각막 기증을 약속하고도 기증 시기를 놓쳐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상기하고, 채 꽃 피우지 못한 청년의 삶을 장기기증으로 이어주기로 결정했다.

당시 윤 씨의 장기기증으로 간·신장·각막 이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5명의 환우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윤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기기증은 5명에게 새 생명을 준 것 뿐만이 아니라 홀로 남은 세상에서 자신을 지탱시키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전해, 장기기증이 기증인과 이식인 그리고 그 가족 모두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최근 들어, 장기기증과 같은 생명나눔운동에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져가는 가운데, 봉사활동을 통해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해주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5월부터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는 구덕고등학교 수학동아리 로고스의 학생 50여명은 사랑의 인공신장실 안팎의 청소에서부터, 우편물 작업, 이틀에 한번 5시간씩 침대에 누워 투석을 받고 있는 신부전환우들을 위해 지혈봉사와 말벗봉사에 나서는 등 전천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적인 봉사활동은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져 자녀와 부모, 학생과 교사, 나아가 학교와 가정이 함께하는 자원봉사의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다가오는 9월 7일부터 13일까지의 한주는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하는 ‘장기기증주간’이다. 올해는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구하자’는 의미로 9월 9일을 ‘장기기증인의 날’로 지정하는 선포식도 마련된다.

18일에는 KTX측에서 제공하는 3량의 생명 나눔 기차를 타고 전북 정읍까지 200여명의 장기기증인과 이식 인들이 참여하여 즐거운 기차여행을 즐긴다.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의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는 내장산 등반과 생명 나눔 음악회를 통해 장기기증인과 이식 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가지는 등 다양한 행사로 채워지게 된다.

이처럼 매년 9월 둘째 주는 故 윤씨와 같은 기증자들을 기억하고, 어머니 박 씨와 같은 기증자 가족들을 후원하고 격려하며, 사회적으로 장기기증운동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나눔의 주간이기도 하다.

지난 6월~7월에는 장기기증캠페인을 통해 경남지역 경찰관 600여명이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했다. 몇 일전에는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부산지역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기증캠페인에 앞서 300여명의 경찰관들이 자체적으로 장기기증서약서를 전달하며 고귀한 생명나눔운동에 동참해주었다.

이처럼, 더불어 사는 사회, 함께 하는 사회를 경험하고, 이웃사랑을 실천 할 수 있는 장기기증 운동은 바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쟁력이다. 장기기증주간을 맞아 장기기증 기증자, 후원자, 봉사자 등 직·간접적으로 생명나눔운동에 힘써주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생명나눔운동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사랑은 물론 국가와 지역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기를 기원한다.

강치영 사랑의장기기증운동 부울경지역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