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9:30 (금)
불황에 미풍양속 사라지나
불황에 미풍양속 사라지나
  • 허균 기자
  • 승인 2008.08.25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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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와 품앗이는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아름다웠던 미풍양속 중 하나다.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두레가 공동적 내지 공동체적인 것이라고 하면, 품앗이는 개인적 또는 소집단적이라는 인상이 짙다.

결국 도움을 도움으로 갚아야 한다는 일종의 증답의례적 사고방식이 제도화된 것이 품앗이다.

우리 조상들은 목돈이 들어가는 가정의 대소사를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품앗이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모심기, 김매기, 길쌈 등의 시기에 노동을 나누는 두레와 품앗이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조상님들은 이를 잘 활용해 가정의 대소사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불황과 날로 확산되는 개인주의는 품앗이 개념으로 지인들의 어려운 시기를 도왔던 관혼상제의 예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돈가뭄에 주머니 푼돈이 아쉬워진 요즘 직장인들은 행여 지인들로부터 결혼소식이나 아이의 돌 등 가정의 행사소식이 알려져 올까바 노심초사하고 있다.

“너의 집안 대소사에 나를 찾지 말아달라”는 한직장인의 하소연이 남의 일 같지 않음에 기자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대소사에 지인들을 초청하는 사람들도 고민을 하긴 마찬가지다. 연락을 하자니 괜스레 미안하고 하지 않자니 뭔가 개운치 않기 때문이다.

통신수단이 극도로 발달된 요즘에는 인쇄소를 찾아 인쇄물을 만들지 않고도, 우체국을 찾아 우편물을 발송하지 않고도 휴대전화를 이용, 다수에 연락이 가능해 졌다. 연락의 수단은 예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 졌지만 경기불황과 개인주의의 확산은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것이다.

“남편의 친구들이 아이의 돌잔치에 아무도 오지 않아 친구들에게는 남편이 학교를 외국에서 나왔다고 변명을 했다”며 쓴 웃음을 짓던 한 주부의 말에 헛기침을 한 기억이 있다.

“경기불황으로 예로부터 이어져 왔던 품앗이가 없어진다니 서글프다”는 어느 대학교수의 말에 공감이 간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매일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아름다웠던 우리의 미풍양속까지 사라져 간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허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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