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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먹거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먼저다
[시론] 먹거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먼저다
  • 승인 2008.08.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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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에 대한 안전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시민들의 관심과 민감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 하겠다.

때로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통 한 가지 문제에 집착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로 광우병 문제만 해도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벗어나 실제 이상으로 그 위험을 과장해 출범 3달을 막 넘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나아가 정권퇴진으로까지 이어가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지나친 행동이라 판단된다.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위험 요인에 대한 지적과 시정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만 사는 지구도 아닌데 상대국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 이상하게 여길 정도의 과격한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를 더욱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는 일부의 지적이지만 ‘광우병 촛불집회’는 처음부터 그 취지와 목적을 의심하게 할 만큼 의도적으로 과장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싶다.

식품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국민들의 반응은 “이러다가는 그 어떤 식품도 믿고 먹을 것이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와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아울러 좋은 식재료를 엄선해 정성껏 식품을 제조해온, 아무 죄 없는 식품제조업자들을 의심스런 눈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한 마디로 정부와 모든 유관 기관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익(國益)이라는 대 명제를 감안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고민스럽게 결정했을 터이지만 문제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 다수가 온통 광우병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는 와중에 정작 그보다 훨씬 더 국민에게 위해(危害)를 줄 수도 있는 다른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못함으로써 식품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독버섯’들이 곳곳에서 자라날 수도 있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안전하지 못한 식품들이 더러 있다고 해서 우리가 먹는 다른 모든 식품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까지 잊어서는 안 될 터인데도 사정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식품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는 더없이 중요한 사안이지만 반면 가정이나 학교 등 어느 누구도 식품에 대한 중요성과 그 식품이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에 깃들어 있는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고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기본적인 도리(道理)를 가르치지 않아도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식탁에서 우리가 먹을 곡식과 채소 등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오랜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실종된 지 오래고 농사짓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不信)에서 야기된 ‘음식 타박’만이 성행하는 우리네 식사풍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오랜 옛적부터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산야나 들에서 넉넉치 못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다같이 정겹게 둘러앉아 먹을 때에도 농사짓는 법을 처음 가르쳐주었다는 단군(檀君)시절 농림장관 격에 해당하는 고(高)씨에게 “고시레”하면서 늘 감사의 마음을 표하곤 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에 반해 요즘의 아이들은 농사지은 사람들의 노고는 고사하고 아버지가 직장에서 힘들여 번 돈으로 먹을거리를 구입해 어머니가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 제공해도 그 누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갖는 법 없이 당연한 것이고 타박 없이 잘 먹어주는 것만 해도 부모가 고마워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풍토로 변모했다.

배부르고 등 따신 세상이다 보니 그저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 먹고 탈만 없이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기본자세를 가르치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이라 하겠다.

“우리 고장 함양은 옛부터 양반의 고을이다” 라는 자랑을 하기 앞서 가정 마다 자녀들에게 기본예절과 도리를 엄격하게 가르쳐 “과연 함양 사람들은 양반고을답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도리에 밝고 예의 바른 특징을 갖고 있더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윤세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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