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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공·토공 통합청사, 진주에 와야
[기고] 주공·토공 통합청사, 진주에 와야
  • 승인 2008.08.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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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작은 정부방침에 따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폐합 될 전망이다.

서로 연계된 업무가 많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은 개인적으로 찬성이다.

하지만 토지공사 본사가 이전 예정이던 전북 전주시와 주택공사가 이전 예정인 진주시는 두 공기업의 통합소식이 달갑지만은 않다.

이름마저 비슷한 두 자치단체가 주공·토공의 통합소식에 희비가 엇갈릴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6년 노무현 정권이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공기업 지방 이전 정책을 폈을 때 진주시민의 반응은 어떠하였는가?

시민들은 12개의 공기업이 이전하게 될 경남의 혁신도시로 진주가 선정되기를 간절히 바랬고 진주시민들의 열망이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경남 혁신도시 진주 선정을 가능케 하였다.

그 기쁨도 잠시, 김태호 현 경남지사가 마산의 표심을 의식한 때문인지 마산시를 준혁신도시로 개발할 것을 천명하였고 경남으로 이전하게 될 공기업 중 값어치가 가장 높은 주택공사 등 3개 기업을 마산에 이전시키려는 작업을 시도하려 하였다.

이에 38만 진주시민들은 분통함을 이기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하얗게 지새우지 않았던가.

정부의 방침과 여론에 밀려 김 지사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지만 당시 진주시민들이 겪었던 마음고생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주공과 토공의 통합 예정 소식에 필자는 그때의 악몽을 다시 꾸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업무가 비슷한 두 공기업이 통합되어 무게가 가벼워진 하나의 공기업이 표출해낼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기대해 봄직 하다.

하지만 거기에 왜 또 진주시가 끼어서 이런 악몽을 다시 한번 꾸어야 하는가 말이다.

일제시절 경남도청을 부산으로 빼앗긴 진주는 이후 쇠퇴의 길을 걸어 왔었고 서부경남의 중심도시로써의 명맥만을 유지한 채 한 맺힌 기나긴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창원시로 도청이 이전되면서 인근 마산시는 수출자유지역을 등에 업고 전국 7대도시로 우뚝 섰고 창원시는 중공업의 힘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경남의 수부도시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였던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은 발전이라는 단어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실정 아닌가.

주공과 토공이 통합되면 정부는 진주와 전북전주 중 한곳에 통합된 공기업의 본사를 두고 소외된 곳에 대해 지원대책을 마련 중이라 하지만 그 보상조건이 얼마 만큼이나 소외받은 시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혁신도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전 공기업 중 규모면에서나 다른 공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 주공과 토공을 빼앗기게 될 지역민들의 소외감은 무엇으로도 완벽하게 보상할 수 없다.

두곳 혁신도시의 성공여부는 이전 공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주공과 토공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공기업의 통합이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면 통합된 공기업의 본사가 이전될 곳을 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깔끔한 뒤처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순간인 것이다.

통합공기업의 본사 이전지를 결정할 정부는 진주와 전주 시민들, 아니 경남과 전북도민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 통합된 공기업이 이전하지 못하는 혁신도시에 대한 보상마련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정치권의 개입으로 숱한 공기업들의 오락가락 이전 실태를 여러 번 보아왔다. 통합 공기업의 본사가 진주로 이전하는데 필요하다면 정치권의 힘이라도 빌어 와야 한다.

옛말에 옆집에서 일어난 초상이 내 손가락에게 난 손 가시보다 그 아픔이 못하다고 하였다.

통합 공기업의 본사가 진주로 무조건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진주가 발전해야 하고 진주시민들이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진주지역 김재경 최구식 국회의원이 통합된 공기업의 본사를 진주에 유치하게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하지만 그 힘이 미약해 경남 전역 정치인들의 힘모음이 절실하다.

경남의 혁신도시인 진주에 통합 공기업의 본사가 이전하는 것은 진주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남의 발전이며 남해안의 발전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것을 경남의 정치인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경남의 정치인 뿐만 아니라 경남도민 모두가 나서 경남의 혁신도시 성공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철규 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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