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8:54 (금)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양보할 수 없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양보할 수 없다
  • 승인 2008.08.0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정부의 금강산 관광객 총격·살해사건 공동조사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3주만에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 이름의 특별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1일 정부 합동조사단이 “모의실험 결과 숨진 박왕자씨가 100m 안에서 근접 조준사격을 받았으며 피격 당시 박씨는 멈춰섰거나 천천히 걷는 상태였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의 현장조사 요구 수용을 압박한 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당시의 총격을 ‘군사지역 안에서의 엄격한 군사적 대응조치’라며 과잉대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금강산 지구의 불필요한 남측 인원 추방, 출입 인원·차량의 군사분계선 통과 엄격 통제, 관광지, 군사지역 내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한 강한 군사적 대응 등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통제·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역공세를 취했다.

비무장 여성 관광객을 조준사격으로 살해해놓고 진상을 감추면서 오히려 남북 합의서를 무시한 채 ‘강제추방’협박을 하다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이같이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과학적인 모의실험으로 진상을 어느 정도 규명해내는 데 대해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북한이 담화에서 정부합동조사단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총격의 불가피성’을 거듭 주장한 데서도 책임론을 염두에 둔 변명의 의도가 역력히 드러난다.

총격의 진상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책임추궁을 피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이는 북핵문제를 비롯해 국내외적으로 북한에 불리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억지를 부리며 초강경대응을 해온 그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비롯해 이런 억지를 통해 적지 않은 소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물러서서는 안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금강산 남측 인원 추방’의 경우 정부가 미리 최소 인원만 남기고 철수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국민과 차량의 군사분계선 통과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시비를 걸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

북한이 3주만에 관광객 총격·살해사건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진상규명 요구를 뒤늦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부시 미대통령의 방한을 염두에 둔 자구조치의 성격도 있어보인다.

한미 정상이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이 거론되고, 여기서 북한측에 불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방침에 변화가 생기는 등 의외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록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금강산 사건 국제이슈화에 실패했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직접 대화의 통로가 열리지 않는다면 국제무대를 통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남북관계가 더 경색되더라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압박과 대북경협을 잘 조화시켜 북한의 성의있는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은 우리 정부의 책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