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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성의 화장
[시론] 남성의 화장
  • 승인 2008.07.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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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대학생 조카가 며칠전 사무실을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조카의 얼굴에 묻어있는 화장흔적을 발견했고 호기심이 발동한 필자는 남자의 화장에 대해 조카에게 몇가지를 물었다.

조카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학생들 중 기본 메이크업을 하는 남자가 있고 방학을 틈타 성형수술을 하는 친구들도 간혹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50줄에 앉은 필자는 조카가 가진 젊음만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조카를 비롯한 20대 청춘남자들은 더욱 아름다워지려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딸아이에게 물었더니 딸아이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남자친구들이 여자친구들 못지 않게 기본 메이크업이나 성형수술에 관심이 많다는 것.

자연계에서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몸단장을 하는 성(性)은 남성이다.

그런데 유독 인간은 이 자연법칙의 예외로 여성쪽이 외모를 가꾸는데 더 적극적이었다.

오랫동안 남성에게 ‘외모를 가꾼다’는 말은 낯선 말이었다.

특히 힘을 과시하는 근육이 아닌 아름다운 외모를 위한 화장품 사용이나, 성형은 정상적인 남성에게는 오랫동안 수치스러운 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현상을 거스르는 일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남성화장품의 매출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성형하는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다한다.

자연계에서 수컷이 화려한 색채를 띠는 이유는 배우자를 유혹함에 있어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번식을 위해 필요한 난자는 정자보다 훨씬 희소하며, 난자가 한번 수정되면 암컷은 상당 기간 교미를 거부하는데 비해 수컷은 언제라도 교미하고자 하므로 암컷은 유혹의 기교를 통해 수컷을 불러들일 필요가 없다.

이러한 성(性)의 생물학적 차이는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이나, 인간은 여성이 외모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이는 여성이 남성을 두고 경쟁하는 체계로 사회가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간에게는 임신과 출산에 뒤이은 육아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인간의 육아기간은 문명이 발달될수록 길어져 왔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육아는 여성들 몫이었으나 그 육아에 필요한 자원은 사회 구조상 남성들이 공급했으며, 여성 홀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난의 댓가를 지불해야 했다.

또한 자원은 항상 불충분했기에 능력있는 남성을 차지하기 위한 여성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 민주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산업화로 인한 풍요와 민주화로 인한 기회 균등은 여성들에게 교육과 취업, 자립의 기회를 확대시켰으며, 복지국가로의 지향은 부모가 육아 포기시 대신할 시설을, 피임과 유산은 여성에게 출산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

출산과 육아, 취업에서 여성은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된 것이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는 더 큰 차원의 욕구를 조장해 부모들은 자녀들의 육아(특히 교육)에 과다한 비용을 치른다.

이 과다한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여성은 확실히 남성에게 매력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제 ‘능력’이라는 요소는 여성의 매력 척도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남녀가 출산과 육아, 취업에서 동등해져가면서 일방적인 남성주도의 시대는 막을 내리기 시작했으며 남성 스스로 그 막을 서둘러 내리고 있다.

여성들만 유혹의 치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유혹의 치장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남성의 화장은 아마 문명이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의 화장이 여권신장과도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 확대해석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 수도 있겠지만 시대의 세태를 유심히 보면 확대해석만도 아닌 것 같다.

정철규 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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