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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름방학숙제
[시론] 여름방학숙제
  • 승인 2008.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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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기분 좋으면서도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숙제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특히 방학내내 친구들과 함께 강으로, 들로, 산으로 쫓아다니며 정신없이 놀다가 방학 끝 무렵이 되어서야 숙제를 한다고 난리가 난다.

숙제의 분량도 만만치 않았다. 방학책 써오기, 일기쓰기, 독후감쓰기, 만들기, 곤충채집 등 실로 엄청난 숙제들이 산적해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쉬웠던 것은 곤충채집이었다. 작은 올가미를 만들어 매미를 잡으면 숙제 하나는 완성된다.

달력을 보며 거슬러 올라가는 일기쓰기, 남이 쓴 독후감 배껴쓰기, 아이스케키 먹고 남은 꼬쟁이와 실패, 고무줄을 가지고 돌돌돌 굴러가는 마차를 만드는 등 어떻든 개학을 몇일 앞두고 야단법석을 떨면 숙제는 완성된다.

거의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해냈다. 뿌듯한 성취감까지 맛보면서 말이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숙제는 그 종류부터가 다르다. 20여가지의 과제가 제시되지만 그 중에는 필수와 선택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과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험, 건강관리, 가족과 여행하기, 음악회 다녀오기 등도 쉬운 과제이며 만들기 소재도 풍부하다.

그야말로 방학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숙제에 대한 긴장감이 결여 되고 성취감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예나 지금이나 방학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마냥 기쁘고 기다림의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나에게는 여름방학숙제로 다가오는 과제가 하나 있다. 소년소녀가장들의 여름방학나기다.

부모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음악회 가기 등 고차원적인 문화체험 숙제들은 이들에 있어서는 꿈에 불과하다.

오히려 방학이 되면 결식아동까지 생겨난다니 이들에게는 생리적 욕구충족이 더큰 방학숙제가 되고 만다.

지금은 고물가시대다. 기부금이 줄어들고, 결식아동들의 도시락도 질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들에게도 문화체험욕구는 생리적요구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책적 차원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시·군간에 소년소녀가장들을 상호초청하여 문화체험을 시켜주는 복지관광제도(social tourism)를 채택하면 어떨까.

농어촌관광마을과 ‘1촌1소가정 인연만들기’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방학기간 중 자원봉사가족을 지원 받아 소년소녀가장과 함께 떠나는 여행프로그램 숙제는 또 어떨까.

그래서 단발성으로 끝나는 관심이아니라, 소년소녀가장의 가족과 지속적인 인연을 맺는다면 숙제의 결실이 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곧 방학이라고 싱글벙글하며 학교에 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 물어본다. “너희 반에 소년소녀가장 학생이 있으면 우리가족 놀러 가는데 함께 가자고 졸라보지 않겠니?” 그러면서 나름대로의 숙제를 만든다.

이우상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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