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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정보다 더 좋은 학교는 없다
[시론] 가정보다 더 좋은 학교는 없다
  • 승인 2008.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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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 현상과 여성의 취업 증가 등으로 가정교육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돼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즈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일에 바빠서 자녀의 가정교육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부모가 아닌 사회나 학교가 모든 교육을 도맡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가정교육의 목표를 공부 잘 하는 아이를 만드는데 두고 여기에만 온 신경을 써 왔지 그 외의 부모의 교육적 역할은 포기한 것처럼 보여 가정교육의 부재 현상으로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엔 한 두 자녀만 낳는 가정이 많아 그만큼 자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커지면서 자녀의 교육은 대체로 유아교육기관이나 학원 등에 맡겨지게 되어 부모가 하던 역할이 상당부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에게 부모님 대신에 컴퓨터, 게임기, 휴대폰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혼자서 모니터만 바라보는 아이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혼자서 하는 일은 잘 하지만, 모둠 활동이나, 함께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준비물을 친구에게 빌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지우개 하나 빌려주기를 꺼려한다.

또한 스스로 하는 일보다는 누가 시켜야만 한다. 컴퓨터게임에 정해져 있는 대로만 움직이는 아이들이기에 조그만 일도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아이들은 저한테 직접 이익을 가져오는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그것은 손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조금이라도 이익 되는 일이라면 앞뒤 볼 것 없이 어떤 일이고 감행한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잔인성으로 나타나, 강한 자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지만 약한 자는 짓밟고 올라선다’는 ‘이 아이들을 어찌 할 것인가?’라는 저서에서 제기한 이오덕님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따지고 보면 이런 아이들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이다. 이것은 교사만 탓 할 수도 없고, 가정의 문제로만 돌릴 수도 없다.

‘가정은 도덕의 학교이다’라고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치가 갈파했듯이 가정은 사랑의 학교요 도덕의 학교요 윤리의 학교이다. 부모의 무릎은 어린애의 정다운 교실이요, 부모의 얼굴은 어린애의 중요한 책상이요, 부모의 입은 어린애의 소중한 교과서요, 부모의 손은 어린애의 고마운 길잡이다.

이와 같이 가정은 교육과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필수적인 곳이며, 자녀를 보호하는 일종의 우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멍투성이인 우산이나 접혀져 있는 우산으로는 비를 피할 수 없듯이 적절한 가정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자녀로 성장하게 할 수 없으며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어 있는 자녀들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한마디로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점수 몇 점 더 받게 하는 것 보다는 사람 됨됨이를 더 중시해야 할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머니는 가정의 교사다. 자녀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에서 교사가 할 몫이지만, 어머니는 최초의 학교인 가정에서 그 아이가 장차 모든 것을 배우게 될 인간으로서의 그 바탕을 조성하는 최초의 선생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자녀들이 옳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는 바르게 타일러 주고 바로 잡아주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무조건 공부만 잘하고, 내 자식만 최고라는 마음보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늘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을 안내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대화를 통해 마음을 터놓아야 한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이러한 믿음이 자녀가 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지금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둑한 용돈이나 게임기, 휴대폰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고 생활하는 10분일지도 모른다. 오늘 10분만이라도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네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정보다 더 좋은 학교 없고, 부모보다 더 좋은 교사는 없다.

김모헌 김해교육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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