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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원산지 표시만이 상생의 길이다
철저한 원산지 표시만이 상생의 길이다
  • 승인 2008.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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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계기로 전국 64만여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간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는 기필코 성공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국민의 먹거리 불안을 해소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중국 등에서 들어온 식품이 국산으로 둔갑해 업자들만 폭리를 취하며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제의 시행 주체와 객체가 모두 시큰둥한 태도여서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원산지 표시제를 지휘하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부터 뜨뜻미지근하다.

100㎡ 미만 식당에 한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둔 것은 그렇다 쳐도 농산물품질관리법에는 원산지와 식육 종류(한우·육우)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도 시행령에는 상한선을 500만 원으로 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차피 단속인력이 태부족인 만큼 일벌백계로 나가지 않으면 제도 정착이 어려울 텐데 처벌을 더 완화했으니 말이다.

영세 음식점이라면 몰라도 웬만한 규모의 음식점이라면 그 정도 과태료는 그야말로 ‘껌값’에 지나지 않는다.

100㎡ 미만 소형 뒷골목 음식점은 아예 신고 및 포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안도 그렇다.

사실상의 단속 포기로 서민들에게는 ‘알고 먹을’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농식품부는 개정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에 이어 중앙 및 지방 관계기관협의회를 통한 중복 단속 방지와 단속 대상 무작위 선정 등을 골자로 한 실무대책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농식품부 고위 관리는 “그 많은 식당을 모두 단속할 수도 없고 모두 단속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원산지 표시 좀 안 했다고 범죄자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고까지 말했다.

단속할 수도 없고 심하면 소비 위축 등 부작용마저 우려되는 제도를 굳이 시행하는 속셈이 뭔가.

일단 광우병 파동은 넘고 봐야 하니까 시늉만 내다 말겠다는 얘기인가.

여차하면 봉변당할 수도 있다며 일선에서도 단속 나서기를 저어한단다.

위든 아래든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게다가 음식점들도 이래저래 돈만 들고 불편하기 짝이 없게 됐다며 볼멘소리들이니 원산지 표시제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무용지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원산지 표시제는 그러나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광우병 괴담으로 그 난리를 치고도 어떤 쇠고기를 쓰느냐를 밝히지 않는다는 건 음식점이 크든 작든 말이 안 된다.

그리고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먹든, 찜찜해서 국산을 먹든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으려면 철저한 원산지 표시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원산지 허위 표시 또는 미표시 업소 신고에 대해 포상금을 주는 ‘식파라치’ 제도에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지만 제도의 효과를 제대로 살리려면 온 국민이 단속원이 돼야 한다.

왕성한 고발정신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연말께에는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대해서도 원산지 표시제가 적용되는 만큼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민과 업계, 정부의 합심협력이 요긴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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