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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폭력의 허(虛)와 실(實)
[시론] 학교폭력의 허(虛)와 실(實)
  • 승인 2008.07.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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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사실을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 학교라면 그 학교는 생활지도에 성공한 것이다.”

학교폭력에 관해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빌미로 상담교사를 늘여야한다느니, 학교 내에 스쿨폴리스를 배치해야한다느니, 경찰관을 배치해야한다느니 하면서 매스미디어에서는 온갖 해법을 다 내어 놓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전체를 냄비 끓듯이 만들었던 학교폭력의 문제점은 언제 그랬냐 싶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수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잠복한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또 문제가 터진다.

학생들 사이에 금품갈취가 있다는 이야기가 교내에 떠돌고 있었다.

수업과 담임교사, 기타업무에 시달리는 학생부 교사 몇 명 가지고는 1,000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참으로 힘들다.

그러나 피해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꼭 가해학생을 발본색원 해야 할 의무가 학교당국엔 있다.

이때부터 학생부 교사는 교사로서가 아닌 사법권을 지닌 수사관처럼 본 사안을 진행시켜야 한다.

아무런 사법적 권한도 없는 학생부 교사가 ‘인권보호’라는 기막힌 기제로 무장한 가해학생들의 학부모와 그 관련자들을 상대로 과연 어떻게 그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일선 사법경찰, 검찰도 범법자들을 상대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숱한 어려움이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물며 아무런 사법권도 없는 교사들이 무슨 수로 비행학생들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가 있겠는가.

요즘 일탈행위를 일삼는 문제학생들은 절대로 고분고분하지가 않다. 아무리 증거를 들이대도 무조건 아니라고 잡아뗀다.

어쨌거나 학생폭력 담당교사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가해학생 15명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그들이 갈취한 금액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학생들의 범죄예방교육에 실패했으므로 이제는 그 결과처리를 통한 학생생활지도에 들어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먼저 가해학생 사건조서작성을 통하여 본인이 저지른 과오를 시인하는 절차를 밟고, 다음으로 학교폭력자치대책위원회를 개최했다.

가해학생, 가해학생학부모, 담임교사가 한 팀이 되어서 대책위원회에 차례로 출석하게 하였고 학교폭력담당 교사의 가해학생에 대한 사실 확인 심문(?)이 있었다.

학부모가 자녀 관련 사안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담임교사도 가해학생에 대한 의견개진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는 자기가 자녀교육을 잘못 시켰다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선처를 호소했었고, 부모님의 눈물을 본 가해학생도 눈물을 흘렸었다.

이게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었겠는지 아니었겠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물론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학생도 분명히 있었다.

어쨌거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가해학생과 당해 학부모들이 피해학생들에게 진정어린 사과와 더불어 자기 자녀들이 갈취해 간 금품을 변상해주고 가해학생들은 교내봉사, 상담기관 이첩교육, 양로원, 수용시설 등에 봉사활동을 하게 하였었다.

현재는 충분히 교화되었다고 생각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고해봤자 해결은 고사하고 보복만 돌아온다면 어느 학생이 신고하겠는가.

어떻게 하면 피해학생들이 맘 놓고 신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겠는지 그것을 논할 수 있어야 학생생활지도의 맥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박창옥 양산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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