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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민불복종과 쇠고기 정국
[시론] 시민불복종과 쇠고기 정국
  • 승인 2008.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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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이후 정국은 국회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정치실종에 이르고 있다.

청와대는 촛불시위가 최근 과격한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법·질서 확립차원에서 엄격 대처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이명박대통령이 촛불민심을 수습하기위해 2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통해 머리숙여 사과하면서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한 때와는 완전히 다른 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옛날 공안정국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미국산쇠고기에 대한 장관 고시 이후에도 미국 농무부(USDA)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26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텍사스주 소재 벨텍스사의 ‘프론티어 미츠’ 소머리 부위 쇠고기에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됨에 따라 2,850파운드를 전량 리콜했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국민의 불신은 더해가고 있다.

에리히 프롬은 <불복종에 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으로부터 불을 훔침으로써 인류의 진보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의 ‘범죄행위’가 없었더라면 인류 역사 또한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담과 이브와 마찬가지로 프로메테우스도 불복종으로 인해 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후회하지도 용서를 빌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신들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바위에서 쇠사슬로 묶여 있겠다.”

세계 역사적으로 보면 시민불복종운동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배울수 있다.

1968년도에만 해도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 영국과 프랑스의 베트남전 참전반대운동은 한편에서는 평화적인 시위로 다른 한편에서는 피를 부르는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시위까지 연출되었다.

한국사회에서도 1986년 KBS TV 시청료 거부운동,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매향리 미군 국제 폭격장 폐쇄운동을 대표적 시민불복종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시청자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유권자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정치참여권리, 주민의 생존권과 행복권에 대한 큰 화두와 문제제기를 역사적으로 던져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의회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국민의 주권을 완전하게 보장해주고 있지는 못하다.

헌법에서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고 하지만 국민에게 완전한 주권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의회의 다수당에 의해서 물리적으로 의회가 점령당하거나, 수(數)의 놀음에 국민의 주권이 묵살되거나 짓밟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경우엔 현행법에 위반되었다고 하여 합법적인 행동을 통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무조건 수긍할 수는 없다.

현재의 촛불집회를 정부는 불법집회로 몰아가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시위에 참가한 자들을 무참히 연행하거나 집회 주최측 인사들에 대한 영장신청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원초적 성격이 이명박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거나 정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가 공동체의 질서와 안정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국민의 건강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며, 국민의 건강권과 주권을 담보해주지 못한 현 정부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와 몸짓은 국민의 생명존중에 대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며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공익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순수한 의지의 평화적 시민불복종운동이 현정부에 대한 혁명적 불복종 운동으로 이어질까봐 감히 두렵다.

박영태 김해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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