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5:23 (금)
한나라당 경남도당위원장님께…
한나라당 경남도당위원장님께…
  • 박유제 기자
  • 승인 2008.06.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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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러니까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의 부산잔류 발표가 있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5일입니다.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경남지역 국회의원 모임이 있었고 김재경 도당위원장님을 비롯해 대다수 의원들이 참석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만 그 자리에서는 모두 3건의 지역현안이 논의됐습니다. 남해해경청 부산잔류 움직임에 대한 김정권 의원의 진행상황 설명과 함께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의 공동대응 합의도 이끌어 냈습니다.

경남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지 2주일도 채 안된 상황에서 마련된 첫 공식회동 치고는 그래도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다음날인 26일 남해해경청 김해이전을 촉구하는 경남의원 전원 명의의 결의안이 국토해양부 장관과 해경청장에게 전달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그 이전부터 있었던 같습니다. 남해해경청 부산잔류설이 제기된 것이 지난 11일이었으니까 정확하게는 2주일 만에야 국회의원들이 처음 머리를 맞댄 셈이 됩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 부산지역 정치권의 민첩한 행동과는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해양경찰청은 27일 남해해경의 부산잔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김해이전 예정지였던 장유가 지역구인 통합민주당 최철국 의원과, 같은 김해 지역구의 김정권 의원 두 명이 힘을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던가 봅니다.

신항만과 경마공원에 이어 또 한 번 훼손되고 손상된 경남도민의 자존심은 이제 경남도와 지역정치권의 후속조치와 대응수위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집권당 도당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향후 대책들을 마련 중일 거라고 도민들은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입니다. 남해해경청 부산잔류 발표가 있던 바로 그날 아침, 위원장님은 김정훈 부산시당 위원장과 안효대 울산시당 위원장과 함께 ‘동남권발전협의체’ 발족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상생과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의 ‘동남권발전협의체’ 발족에 위원장님께서는 언제부터 어떻게 참여했는지 궁금합니다. 필자가 알기로는 (가칭)동남권발전협의체를 추진한 사람은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이었습니다.

발족모임이 있기 하루 전 필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협의체 구성 취지나 목적, 발족모임 등을 모두 김정훈 위원장이 추진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자세한 내용은 김정훈 위원장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라는 답변조차 들어야 했습니다.

필자는 취재를 중단했습니다. 다음날 발족식 모임도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위원장님께서 발족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았고, 취재요청이나 다른 어떤 설명도 없었습니다.

동남권발전협의체를 주도한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은 남해해경청 부산잔류 추진을 언론에 처음 공식화한 인물입니다. 남해해경청 부산잔류 확정을 앞두고 그가 협의체 발족을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했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김정훈 위원장 주도의 협의체가 발족된 바로 그날 오후에 해양경찰청은 남해해경청 부산잔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한 ‘시간 배정’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동남권발전협의체를 부산정치권이 주도하고 경남과 울산정치권은 ‘들러리’를 서는 꼴이 되지 않을까하는 필자의 의구심이 현실화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발전협의체 발족 모임에서 지역 상생과 발전을 위한 거창한 비전들이 많이 제시됐지만, 정작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시급한 현안인 남해해경청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지역발전과 지역상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갈등 해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유력한 정치인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입니다. 남해해경청 문제가 왜 지역상생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었는지 경남도민에게 답해야 할 때입니다.

그 답의 결과가 어떻던 남해해경청 김해이전 무산과 동시에 이뤄진 동남권발전협의체 발족이 또 다시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아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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