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36 (토)
‘수정만’ 일에 실기한 천주교 정평위
‘수정만’ 일에 실기한 천주교 정평위
  • 김동출 기자
  • 승인 2008.06.2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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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수정만 STX 유치관련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측이 지난 20일 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기자들에게 “지난 달 30일 실시된 수정리 주민투표는 무효이며, 찬성·반대 측 3자가 원할 경우 중재에 나설 뜻이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를 보는 기자의 눈에는 정평위측이 상당부문 ‘실기(失期)’를 한 것처럼 보였다. “왜 진작 나서지는 않았을까”는 의문이 든다.

정평위측이 수정리 일에 최초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10일이다. 주민투표가 끝난 지 꼭 열흘 만의 일로, 이날 정평위측은 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수정만 STX 조선소 유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마산시가 경제개발 명목으로 수정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다 반대에 부딪치자 지역 이기주의자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시가 주민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기업 논리와 경제 논리로만 보고 있다”면서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내용으로만 보면 ‘정평위’니까, 약자로 비쳐진 반대측 주민들과 입장을 함께하겠다고 한 것에는 수긍이 가지않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수정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를 요구’ 하는 대목과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 것은 현상을 그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도 반대측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마산시는 물론이고 STX측도 이번에 10억원을 더 추가로 출연하기로 해 주민들에게 지급될 마을발전기금은 이미 90억원에 이르렀는데, 이를 두고 ‘일방적인…’운운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난 20일 2차 기자회견에서 정평위측이 ‘전대미문의 금권 타락선거’라고 규정한 것도 표현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5.30 수정리 주민투표는 찬반의 의사를 묻는 ‘투표’였을 뿐, 누구를 뽑는 선거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대미문’의 ‘금권 타락선거’라 했으니 아무래도 그 표현이 또 다른 당사자에게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기자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정평위측이 5.30 이전에는 나설 수 없었을까. 지금 와서 무효라고 하면 무효가 되나? 과연 정평위측의 권위가 찬성측 주민이나 STX측의 입장을 도외시할 만큼 권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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