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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남자들’과 ‘오럴 헤저드’
‘대통령의 남자들’과 ‘오럴 헤저드’
  • 승인 2008.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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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정국이 6.10민주항쟁 기념일을 정점으로 이명박 정부에게 집권 후 최대의 위기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협상 초반부터 지금의 노력을 더했더라면 쇠고기 민심이 이렇게 까지 들끓을까 하는 아쉬움 속에 10일 ‘100만명 촛불대행진’이 개최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대행진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초래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의 최대 지지기반이 야권의 ‘정권 퇴진’ 요구에 명분을 더해 주는 한심한 발언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신 혹은 자기편에 대한 ‘보호본능’이 오럴 헤저드(oral hazard) 형태로 나타한 것일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명박 정부와 여권 전체의 ‘자승자박’이 될 수밖에 없다.

오럴 헤저드란 도덕적 해이를 뜻하는 ‘모럴 헤저드(moral hazard)’에서 파생된 말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분별없는 발언이 사회에 혼란과 불안을 가져온다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를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인물 중 가장 원색적인 ‘오럴 헤저드’를 오픈시킨 사람은 김홍도 목사다.

김 목사는 지난 대선 당시 설교 도중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를 공개 지지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촛불문화제와 관련 “경찰, 검찰, 기무사, 국정원을 동원해 대공 분야를 강화시켜서 빨갱이들을 잡아들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익단체인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미국 같은 경우, 공권력에 대항하면 권총을 발사한다”며 “위수령이라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추부길 비서관은 촛불집회와 관련해 ‘사탄의 무리’ 운운하는 바람에 언론과 야권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으며, 홍관희 통일교육원장 내정자는 “공권력의 엄정한 행사 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면서 강경진압을 주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기는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쇠고기 정국’에서 뜬금없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력핵심의 ‘내분’으로 비춰진 이 발언은 당청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넓게 보자면 ‘대통령의 남자’들에 속하는 인사들의 잇단 ‘오럴 헤저드’는 고스란히 ‘6.10 촛불대행진’에 반영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가슴을 겨냥하는 ‘비수’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런 상황인식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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