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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리고분군 방치 부끄러운 일
양동리고분군 방치 부끄러운 일
  • 승인 2008.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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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를 제창하고 있는 김해시에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550여기의 고분과 5,100여점의 유물이 아파트형으로 출토된 세계최대 규모의 양동리고분군이 방치돼 도굴 등으로 인한 훼손이 심각하다며 주민들이 시의회 의장을 방문해 대책을 촉구했다.

기자가 양동리고분군을 찾았을 때 쓰레기와 폐기물로 덮인 ‘국가사적 455호’는 너무도 황량한 모습이었다.

말로만 문화도시를 부르짖고 가야사복원 운운 하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을 대신해 기자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가 없었다.

김해시 주촌면 양동리는 120세대 330명이 살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는 3개마을을 합쳐 200여명에 불과하다. “선거를 통해 입신의 영광을 노리는 사람들이 표가 많은 동네였다면 이렇게 방치했겠냐”고 반문하는 칠순의 주민에게 기자는 대답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리고 현장을 고발하는 기사가 나간 후 높으신 분들의 반응은 더욱 사태를 걱정스럽게 했다.

시 문화관광국장은 “신문사에서 그렇게 쓸 기사가 없느냐?, 언론에서 떠들면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줄 것 같으냐?”고 했고, 지역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 할일이 아니다”며 책임전가에 급급했다.

문화재청은 “남대문에 불이나 양동리고분 정비예산은 5년은 넘게 지나야 지원이 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관련 공무원들은 “시급한 문화관련 예산 집행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야사는 기록을 남긴 문헌사료가 전무하다. 사학자들은 출토된 유물과 유구를 토대로 해석하는 것이 가야사 연구의 주류를 이룬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양동리고분군은 고대사 연구의 바이블이자 사전이다. 수세기에 걸친 분묘와 유물이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이 출토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고 사학자들은 전하고 있다.

양동리의 분묘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단절한 자 그 누구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최근 진례면 도로 공사현장에서 문화재 발굴에 참여한 한 사학자는 “2,700여기 발굴분묘 가운데 도굴 흔적이 없이 온전히 보존된 무덤은 한기도 없었다”며 “양동리고분군의 보존정비가 시급하다”고 걱정했다.

예산집행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김해시의 행정과 문화재청의 정책에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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