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8:13 (화)
한국 소비자는 봉인가
한국 소비자는 봉인가
  • 승인 2008.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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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랄 것도 없지만 한국의 물가고가 세계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스타벅스 커피는 서방 선진 7개국(G-7,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의 1.6배에 팔리고 캔맥주는 1.8배, 오렌지주스는 1.5배가 각각 비싸며 골프장 그린피는 2.3배나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G7과 아시아의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에서 팔리는 스낵, 커피, 주스, 맥주, 서적, 화장품, 골프장그린피 등 7개 품목의 가격을 우리나라와 비교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월 발표한 구매력지수(PPP)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7개 품목 모두 한국의 판매가격이 어느 G7 국가보다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판매가격을 100으로 잡을 때 골프장 그린피는 G7 평균이 43.9에 불과했고 맥주 54.4, 커피 64.3, 화장품 64.6, 주스 67.0, 스낵 68.5, 서적 73.2에 각각 그쳤다.

OECD 자료가 없는 아시아 국가들도 평균 환율 기준으로 7개 품목 중 5개 품목이 한국보다 쌌다.

조사시점(4월28일∼5월2일)에는 달러당 1,003원이던 환율이 요즘엔 1,050원대를 위협하고 있으니 환율 기준 물가도 훨씬 비싸졌을 게 틀림없다. 단순 가격으로도 우리 물가는 정말 비싸다.

스타벅스 ‘카페 아메리카노’가 서울에선 3,300원이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면 2,280원으로 1,000원 이상 싸고 중국에서 800원인 캔맥주가 한국에서는 1,500원으로 뛰어오른다.

이번 조사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대자동차의 고급 세단 제네시스는 미국 출시가격이 3,200만원 정도로 잡혔으나 한국에서는 무려 5,280만 원이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TV도 한국에서 사면 미국보다 30% 이상 더 줘야 한다.

우리 물가가 이처럼 비싼 데 대해서는 환율 변동, 정부정책, 세제, 물류비용, 노동생산성, 원자재 가격 등 다양한 이유가 제시됐다.

원인이 나왔다면 해법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정부부터 팔 걷고 나서야 한다. 우선 원자재 등은 손댈 여지가 없다며 쳐다만 볼 게 아니라 해외 자원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과도한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확 푸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환율이 너무 급하게 오르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나서는 한편 기업들과 손잡고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소비자도 물가 비싸다고 불평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불요불급한 소비를 줄이고 이왕이면 더 싸게 사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명품’만 추구하며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일부 계층의 그릇된 소비성향도 시정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낙후된 유통구조가 문제다.

쇠고기값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이유는 40%에 육박하는 유통마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같은 수입품이라도 한국이 외국보다 더 비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구조를 바로잡지 않고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말짱 헛일이라는 얘기다.

소비자원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품목에 대한 국내외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이번 조사의 목적이라며 앞으로 다른 품목들의 가격 비교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현명한 소비를 돕고 결과적으로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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