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0:58 (토)
당·정 정책 갈등 혼란스럽다
당·정 정책 갈등 혼란스럽다
  • 승인 2008.04.2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라인이 만나기면 하면 티격태격이다. 지난 26일 각 부처 차관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단이 모인 2차 당정협의회에서도 임시국회가 처리할 58개의 주요 법안을 놓고 양측이 충돌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감세 법안 12건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세수 감소 우려를 들어 대부분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법인세율 인하, 중소기업 최저한세율 10%에서 8%로 인하, 연구개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7%에서 10%로 확대 등 이미 감세 계획을 밝힌 세 가지 법안뿐이다.

종합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 및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의 종합소득자 적용, 장애인 차량 LPG 가스 특별소비세 면제 등 9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방침인 듯 하다. 그러나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반대해도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당정 간 핵심 갈등 사안이었던 추경 편성 문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27일 청와대가 나선 뒤에야 정리됐다. 청와대가 일단 추경에 반대한 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상승국면으로 돌려놓으려면 추경 편성이나 환율 개입 등을 통해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으며 경기후퇴에 대응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라도 지나친 감세는 힘들다는 정부측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또 정부의 시장 개입은 어떤 경우에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일관된 순수 시장주의적 정책기조도 모르는 바 아니다.

민심에 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당과,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많은 시각차가 있고,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 소신의 차이도 지금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양측의 갈등과 대립이 국정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만에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관료 길들이기' 차원에서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생각이 강한 듯 하고, 정부 역시 과거 정권 때처럼 당의 협조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당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피해의식에서 일종의 저항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의 두 축인 정부와 여당이 경제정책 운영 기조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당.정 협의가 정부 정책을 무조건 당이 추인하는 식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면 그 또한 실효성 있는 협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정 협의는 그야말로 이견을 좁히는 자리여야지 이견을 선전하는 자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초반이다.

벌써부터 당과 정부가 주도권을 놓고 대치하면서 힘겨루기를 벌인다면 불안한 것은 국민뿐이다.

아직 4.9 총선 민의를 반영한 원(院)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오는 6월 새 국회가 개원하고 한나라당이 7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한 연후에 새로운 당.정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기엔 산적한 현안이 너무 많다. 서로 힘을 합해 전력투구해도 쉽지 않은 판에 당.정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그로 인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차라리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양쪽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 나가는 게 더 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