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4: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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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상황따라 흔들리는 안보 2002년 6월은 한일월드컵의 환희와 제2연평해전의 울분이 뒤섞인 달이다. 물론 한국의 월드컵 4강 추억이 훨씬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그려졌다.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한 국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했는데도 생각보다 국민에게 큰 충격은 아니었다. 그날 월드컵 3, 4위전에서 한국이 패해 아쉬움이 컸다. 내일은 제2연평해전 10주년이다. 아직도 `북한이 사전에 준비한 침투`와 `북측의 우발적인 사고`를 두고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 당시 우리 군이 포착한 북한군 교신(交信) 내용을 보면 사전에 계획된 침투로 드러났는데도 당시 김대중 정부는 "우발적인 사고"라는 통지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1987년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에게 외국으로 나갈 것을 강권하고 공영 방송들은 `김현희는 가짜`라는 내용의 방송을 잇달아 내보냈다. 안보 상황은 지난 15여 년 동안 정치적 논리에 따라 재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이 만드는 비이성적인 행위 중 전쟁이 가장 잔인하다. 국가 간 대규모 폭력의 충돌인 전쟁은 반지성의 극치다. 인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바꿔놓고 보면 크고 작은 전쟁이 국가의 운명을 바꿨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포연이 자욱하거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평화와 전쟁은 인류의 수레를 돌리는 두바퀴다. 하지만 전쟁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곳에서 `위장된 평화` 를 누리면서 전쟁은 남의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잊을만 하면 전쟁의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북한을 맞대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는 강심장을 갖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호국보훈의 달이 부끄럽다" "호국보훈의 달이 부끄럽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을 때 애국심만 품고 전장에 나갔던 한 국가유공자의 말이다. 나라의 안보가 위기에 처하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고귀한 넋들이 있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선열의 피가 오늘을 지탱하는 힘이다. 그러나 요즘은 나라의 안보가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씨는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은 종북주의를 배양했고 이명박 정권은 종북주의를 방치했다"고 한 TV 인터뷰에서 느슨한 안보관을 질타했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지 2년이 휠씬 지났지만 아직도 침몰원인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피격됐다는 국방부와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천안함이 어뢰에 피격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천안함 보고서대로라면 북한의 무죄라고 버젓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국가 안보가 상황논리에 뒤집어지는 게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천안암 46용사의 눈물을 아직 다 닦아주지도 않았는데…. 어떤 이념보다 우선하는 안보  지난 4ㆍ11 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종북세력의 실체는 안보문제를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했다. 다양한 이념적 논쟁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국가의 정체정을 흔드는 안보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안보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애국가를 부정한다면 이는 국가의 안위를 반하는 세력이다. 이는 자신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반지성과 폭력이 따르는 전쟁도 나몰라라 할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국가 대사를 논한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제 폭탄을 터뜨리고도 의기양양하는 모양새는 서글픈 코미디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의 1ㆍ2차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음에도 이석기ㆍ김재연 의원는 사퇴를 거절하고 있다. 애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의 바른 정체성을 수용할 턱이 없다. 이러다가 국회에서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깡그리 바꾸자는 논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이들의 사고틀에서는 국가의 안보가 단순한 이념의 논쟁거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의 생명이 달린 안보 문제는 그 어떤 이념보다 우선한다는 교훈이 역사의 냉철한 가르침이다. 전국 곳곳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드려진 올해 현충일 추념식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올해도 일부 사람들의 연례 행사처럼 치러진 예년과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10시 전국에 사이렌이 울렸는데 "오늘 민방위 훈련 하는 날이야"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호국을 하면 보훈이 따라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는 불만은 여전하다. 정치 논리따라 경찰과 싸우며 "민주화"를 소리쳤다고 `열사`로 불리고 엄청한 보훈을 누리는 부류도 있다. 호국과 보훈의 의미가 혼란스럽다. 요즘은 호국영령과 종북세력이 맞서 있는 형국이다.  종북세력이 안보 논리를 흐릿하게 만들고 호국영령이 지켜 세운 조국 강토를 유린할 수 없다. 6월은 6ㆍ25전쟁이 발발한 달이며 동시에 10년 전에는 제2연평해전이 있었던 달로 호국보훈의 간판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달이다. 6월을 보내면서 안보의 소중함을 되씹어야 한다. 이런 안보 논리를 구태의연한 이념이라고 몰아가기엔 `한국호`를 흔드는 파고가 너무 높다.

류한열의 書香萬里 | 류한열 기자 | 2012-06-27 20:18